Pinned Tweet
김상욱 교수가 들려주는 물리학자의 죽음관은 참 다정하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원자가 흩어지는 일일 뿐이라고.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우주로 날아가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누군가의 책상이 된다고.
그러니 떠난 사람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모양을 바꾸어 여전히 내 곁을 채우고 있을 뿐. 이보다 과학적인 위로가 또 있을까.
도서명: 허밍 (최정원 @butterknife2022 장편소설)
1. 줄거리 및 핵심 내용
가까운 미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서울을 덮친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나무로 변한다.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고, 서울은 9년 동안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비밀의 숲이 된다. 스무 살 수습 연구원 여운은 서울에 설치된 광역 방역 기기 우산의 오류를 해결하라는 비밀 임무를 제안받는다. 높은 보수, 그리고 9년 전 그곳에 두고 온 엄마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여운은 인공지능 로봇 R과 함께 차가운 방벽을 넘는다. 그곳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채 움직이는 나무 괴물들, 그리고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 믿었던 폐허 속에서 홀로 생존해 나무가 된 가족과 이웃을 돌보는 열여덟 살 소년 정인이 있었다.
2.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변화 과정
여운의 내면은 오래된 죄책감으로 곪아 있다. 열두 살의 나이에 엄마만 남겨두고 홀로 탈출했다는 부채감이다. 방벽 밖 세상은 참사 생존자인 여운을 불쌍하게 여겼고, 여운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억지 미소라는 가면을 썼다. 충분한 애도조차 허락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처음 숲에 들어섰을 때, 여운에게 나무는 그저 기괴한 감염체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나무가 되어가는 삼촌과 할머니의 껍질을 닦아주며 그들을 여전히 살아 있는 가족으로 대하는 정인을 만나며 흔들린다. 숲을 불태우고 참사를 지우려는 외부의 거대한 음모 앞에서, 여운은 마침내 회피하던 과거의 상실과 마주한다.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하던 수동적 생존자에서, 남겨진 존재들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듣고 기억하려는 주체로 변화한다.
3. 인상 깊은 구절
"어디선가 가느다란 허밍 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희미한 노랫소리가."
회색빛 폐허와 초록빛 수풀이 기괴하게 뒤엉킨 침묵의 숲. 그 서늘한 공간에서 생명의 흔적을 청각적으로 일깨우는 도입부다. 나무가 된 이들이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를 이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가장 감각적인 문장이다.
"사자 앞에서 모래톱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두려운 대상을 숨기고 피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을 지켜 왔다."
방벽이라는 물리적 단절 너머에 숨겨진 사회적 망각을 날카롭게 찌른다. 참사 이후 남겨진 고통을 직시하지 못하고 쉽게 지워버리는 우리의 민낯이 고스란히 겹쳐진다.
"어느 누구도 상실에는 익숙해질 수 없다. 여운이 열두 살에 한 번에 잃은 것들을 이 아이는 구 년 동안 잃고, 다시 모은 것들을 잃고, 또 잃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상실의 무게는 시간과 비례해 무뎌지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굳어가는 가족의 살갗을 만지며 정인이 견뎌냈을 9년의 고독이 손끝에 만져질 듯 아릿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4. 나의 감상 및 총평
서늘하고도 아름답다.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난 거대한 수목들, 부서진 교실 창틈으로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마치 가느다란 허밍처럼 귓가에 맴돈다. 이 작품은 인간이 나무로 변한다는 독창적인 SF적 상상력 위에 사회적 참사와 애도라는 묵직한 주제를 정교하게 얹어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어디인가. 숨을 쉬고 말을 해야만 인간인가, 아니면 기억되고 사랑받는 존재라면 그 형태가 나무일지라도 여전히 인간인가. 소설은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애도란 거대한 방벽을 세워 고통을 격리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실의 자리로 걸어 들어가 그 아픔의 결을 가만히 어루만지고 끝까지 기억하는 일이다.
5.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지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그려지는 아포칼립스 및 에코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단순한 장르적 쾌감을 넘어, 재난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와 사회적 기억,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깊은 문학적 사유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차가운 방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 희미한 허밍 소리에 기꺼이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된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별담 retweeted
책을 읽다가 읽는 걸로는 모자라서 쓰기 시작한 사람들, 책을 읽기도 쓰기도 해봤지만 그걸로도 모자라서 책을 직접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게 되어버린 사람들, 책을 만든 것으로는 더 이상 만족이 안되고 기필코 전부 팔겠다고 아주 작정해버린 사람들... 어쩌다 그렇게 된거죠 선배님들
별담 retweeted
기억은 다시 책 1권의 남도 땅, 강진으로 향한다.
다산초당의 서늘한 그늘 아래서 저자는 호찌민을 불러냈다. 베트남의 지도자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는 감동적인 일화. 활자 위로 피어오르던 그 묵직한 울림은 오랫동안 '진실처럼 소비'되었다. 정작, 메마른 사료의 행간 어디에도 그 '증거'는 없었다. 바람결에 떠돌던 풍문이 작가의 화려한 손끝을 거치며 단단한 '사실'로 둔갑한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은 종종 진실의 눈을 가린다. 감동이라는 이름 아래 부풀려진 일화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빛바랜 종이 위에서 다산의 이름이, 그리고 우리가 믿었던 답사의 기억이 씁쓸하게 바스락거린다.
별담 retweeted
쓰고 싶은 걸 쓴다. 내 실력 부족, 무관심, 출판사의 거절 메일, Ai로 혼란한 예술계, 이런 것들은 물론 신경쓰인다. 신경이 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나와 상관이 없다고 느낀다. 나는 쓰고 싶은 걸 쓰면 되기 때문이다. 글과 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없다. 내가 쓰면, 글이 쓰일 뿐이다. 그게 전부다.
별담 retweeted
여전히 내 소설이 출간된 것이 믿기지 않는
나: 늙은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최면을 걸어서 노예로 부리는데요
웹소설출판사: 가세요그냥(물론이렇게말씀하시지는않은)
장르소설출판사: 가세요그냥(물론이렇게말씀x)
순문학출판사: 가세요그냥(물론이렇게x)
아작 대표님: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별담 retweeted
이진숙이란 중동전문가 인재를 썪히니 아깝다. 이란 전장으로 보내버렸으면 좋겠네.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국회가 아니라 이란 같은 중동분쟁지인 것 같은데. 대구시민들의 선택이 아쉽네.
별담 retweeted
회사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인재를 뽑는 이유?
결국 부정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니체가 그래서 어린 아이를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한 것 아닌가
기억은 다시 책 1권의 남도 땅, 강진으로 향한다.
다산초당의 서늘한 그늘 아래서 저자는 호찌민을 불러냈다. 베트남의 지도자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는 감동적인 일화. 활자 위로 피어오르던 그 묵직한 울림은 오랫동안 '진실처럼 소비'되었다. 정작, 메마른 사료의 행간 어디에도 그 '증거'는 없었다. 바람결에 떠돌던 풍문이 작가의 화려한 손끝을 거치며 단단한 '사실'로 둔갑한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은 종종 진실의 눈을 가린다. 감동이라는 이름 아래 부풀려진 일화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빛바랜 종이 위에서 다산의 이름이, 그리고 우리가 믿었던 답사의 기억이 씁쓸하게 바스락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