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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has it backwards. The U.S. doesn’t subsidize the world; the world subsidizes the U.S. The dollar’s reserve-currency status allows us to live beyond our means. Soaring debt, tariffs, and military threats jeopardize that status. When it’s lost, economic collapse will fo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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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 대한 인식을 참고하기 위해 김박사넷에 올라온 익명의 글을 재구성하여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10년 가까이 현지에서 연구자로 생활하고 있는 한 한국인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최신 AI·ML 분야의 주요 연구기관과 산업계를 두루 경험하며, 동아시아 출신 인재들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경로로 자리 잡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한국과 한국 언론이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과거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중일전쟁이나 아편전쟁 시기처럼 중국을 낙후된 국가로 묘사하는 시선은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언론 플레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한국에 머물렀다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부분이지만, 미국에서 일하며 체감한 중국인의 실제 영향력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주요 요직,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아카데미아, 금융·IT·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중국계 인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고학력 외국인 연구자나 전문가 집단을 보면 “진짜로 60% 이상이 중국인”이라고 할 정도다. 반면 한국인은 전체의 2%에도 미치지 못하며,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그 수는 더 희박해진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그가 실제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네트워크의 힘’이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인을 챙겨주는 건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중국계 연구자·전문가들은 미국의 학계·산업계·정부 곳곳에 굳건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끌어주고 기회를 만들며 동반성장하는 문화가 강하다. 반면 한국인은 인맥 기반이 약하고, ‘스스로 헤쳐나와야 한다’는 정서가 깊어 같은 한국인을 돕는 경우가 훨씬 드물다고 그는 설명한다.
“한국인은 인맥이 없어서 스스로 올라가야 하고, 같은 한국인에게도 ‘너도 고생해봐’라는 문화가 남아 있다. 반면 중국인은 서로 끌어주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잘 잡혀 있다. 미국에서 한국인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픈 마인드를 가진 중국인들이다.”
미국에서 AI·ML 연구를 이어가며 그가 반복적으로 느낀 감정은 의외로 ‘중국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가진 집단적 네트워크, 구조적인 지원 체계, 세계 곳곳에 뻗은 인재 풀은 이미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경험담은 단순히 개인적 소회가 아니라, 미국 기술 현장에서 중국인 인재들이 어떻게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동시에 한국 사회가 여전히 현실과 괴리된 중국 인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해외에서 한국 인재들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문화적 변화가 필요할지 되묻는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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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해석'은 멈추고, '행정의 원칙'을 지켜 주십시오]
오늘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시장님이 세운4구역 재개발에 따른 종묘 경관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공개하시며, "종묘의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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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종묘 앞 도시 흉물 방치 안돼"…김총리에 공개토론 제안
yna.co.kr/view/AKR2025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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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지켜온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단순히 시장님의 판단 하나로 깨뜨리고 재개발을 몰아붙이는 지금의 서울시 '행정'은 행정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것, 나아가 행정이 스스로의 원칙을 '배신'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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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ible
How do you not want to destroy the entire world around you after something like this happens?
How do you not hate the politicians who let these people in?
Her Mother is still alive, alone, her entire family shredded by globalists letting barbarians into our homes
I hate them so much.
They've done unimaginable damage to millions of little girls and their fami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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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h of these are equally products of the code and regulatory environment of their time. Quality of the code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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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velopers building beautiful neighborhoods 100 years ago were no less motivated by ROI than today’s developers. They just had better incen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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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s GDP hasn't grown for 7 years.
Imagine being Korean.
You study your ass of to the point of suicide and infertility so you can make more money, but then Chinese niggas do the same and outcompete you in most areas, while Americans brainwash you into cuckism and teabag you also while you're lying beaten on the ground, and now even North Korea enjoyers are laughing at you.
Your own girls make fun of your small peepee, so you go to Vietnam KTVs to hopefully get some action at the end of a long week, but even there the Chinese-speaking manager already booked the best girls for a group of sweaty Chinese salarymen.
You simply can't catch a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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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 real estate deal sponsor, you bring the ideas & hustle & accountability.
It is *not* your job to run the risk of personal financial ruin on every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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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he people who most want to be seen as selfless that you have to worry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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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ried—not to deny the Holocaust—but to expand the story to include all victim groups.
My video got a Community Note.
Apparently, you're not supposed to include Asian deaths in the story of World War II genocides. It wasn’t a Holocaust, according to the algorithm. It was a historical footnote.
Asian deaths numbered in the tens of millions at the hands of the other Axis power: Imperial Japan. Civilians, children, entire cities were systematically targeted for their race with mass village massacres, forced labor camps, biological warfare, systemic rape as torture, and human experimentation.
And yet this is almost never part of the West’s curated memorial to the genocides of World War II.
This is my family’s story—a part of history the West chooses not to tell.
Watch the video in the threaded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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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creates what Greene calls "the false path."
You choose careers based on:
Money
Status
Fleeting interests
Others' expectations
Then by 35, you hit a wall.
You're skilled but not exceptional.
Engaged but not obsessed.
Because you're living someone else'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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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운운하는 당신들을 보고 언젠가는 한번쯤은 진지하게 글을 써야지 생각했는데, ‘V-Dem 신봉자’라는 당신의 트윗을 보고 좀 자세히 보충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씁니다. 이 글을 끝으로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할 일이 많지만, 당신(들)을 제외하고 이 글을 읽게 될 다른 분들은 꽤 유익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그에 부응하려는 의미도 있습니다.
미리 분량을 말하자면 A4로 8장 분량입니다. 짬짬히 쓰다보니 며칠 지나서 올리네요. 읽지 않는 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Ⅰ. 이 글의 목적에 대해
이 글의 목적은 이 글을 읽게 될 다른 분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V-Dem을 조금 더 친절히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와 관련된 연구들의 흐름을 간단히 소개하는 동시에, 당신과 같은 무리의 인간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함입니다. 항상 궁금했거든요.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당신들은 늘 ‘자유민주주의’를 달고 있는데, 당신들이 이해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내가 알고 있으며 공부했던 자유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동떨어지고, 심지어 악의적인 왜곡으로 점철된 공허한 기표 같은 느낌이라서 말입니다.
이 글은 내가 지난번에 Rina 씨에게 남겼던 반론에 대한 보론·보충 성격이 강합니다. 글이 조금 길텐데, 당신(들) 무리에게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는 텍스트이길 바랍니다. 어차피 안 읽을 거 알지만, 읽을 의지가 있다면 한번 쯤 읽어봐 주셔도 좋겠습니다.
이 글의 구성은 크게 세 부분입니다. V-Dem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 당신들에게 구체적으로 반론하며 질문을 던지는 부분,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관련 연구를 간략히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글의 마지막에,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인용한 참고문헌들을 달아두겠습니다.
Ⅱ. V-Dem에 대한 가급적 자세한 설명
1️⃣ V-Dem은 현존하는 여러 민주주의 평가 지표 중 가장 방대하고 체계적이며, 거의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는 권위 있는 지표입니다.
➡️ 당신들 무리는 내가 V-Dem을 인용하는 것을 보고 ‘V-Dem이 전부냐’라고 말하는데, 현존하는 민주주의 평가 체계 중 V-Dem 만큼 압도적으로 방대하고 체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측정하는 지표는 없습니다. V-Dem의 데이터셋은 500여개에 육박하는 변수를 가지고 있으며, 매년 초 데이터셋과 코드북,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물론 데이터 이용은 무료로 가능합니다(링크: v-dem.net/).
➡️ V-Dem은, 이름 그대로 ‘민주주의 다양성(Variety of Democracy)’입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당장 같은 민주주의라 하더라도 대통령제를 채택하느냐,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선거 제도 역시 단순다수제-소선거구제(Single-Member District Plurality)부터 단기-비이양식 투표제(Single Non-transferable Vote), 블록투표제(Multiple Non-transferable Vote)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집니다(Bormann & Golder, 2022). 달리 말하면, 제도의 다양성만큼 민주주의 또한 ‘다양’한 측면을 가집니다.
➡️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민주적 가치들 또한 계량화하여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언론에 대한 위협이 가시화된다면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법의 지배 차원에서도 법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시민단체가 활발하지 않고, 관변단체들이 주류로서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체제 역시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문이나 정치적 살해는 당연히 민주주의를 해치는 일입니다.
➡️ V-Dem은 이렇게 다양한 민주주의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질적으로’ 평가하고 계량화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V-Dem이 평가하는 민주주의의 형태는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①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②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③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 ④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⑤평등민주주의(egalitarian democracy). V-Dem은 이런 민주주의 지수를 ‘고수준 민주주의 지수(high-level democracy indices)’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요소들이 모두 다르고, 그렇기에 ‘민주주의 다양성’이라고 불립니다.
➡️ V-Dem은 민주주의를 측정하기 위해 위와 같은 5가지의 ‘고수준 민주주의 지수(high-level democracy indices)’ 외에도, 21개의 ‘중간 수준 민주주의 지수(mid-level democracy indices)’,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indicator)를 측정합니다. 고수준 민주주의 지수는 중간수준 민주주의 지수의 합산점수로써, 중간 수준 민주주의 지수는 세부 지표의 합산 점수로써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정’은 각 국가에 포진하고 있는 복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됩니다.
➡️ 기존의 정치 체제를 평가하는 방식은 독재-민주주의를 일직선상에 놓고 각 체제가 성립하는 최소 조건들을 규명하면서 측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V-Dem 역시 이러한 방식도 활용합니다. V-Dem은 정치 체제를 크게 5개로 구분합니다: ①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②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 ③회색 지대(grey zone), ④선거권위주의(electoral autocracy), ⑤폐쇄적 권위주의(closed autocracy). 이러한 분류는 V-Dem 보고서에 매년 삽입되고 있으므로, 한번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 현재 V-Dem과 같이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평가하는 지표는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①Polity Project V, ②Economist Intelligence Unit, ③Freedom House, ④Bertelsmann Transformation Index. 이 지표들은 정치체제를 평가하는 기준은 약간은 다를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체제’를 구성하는 하위 요소들에 대해 평가하는 나름의 체계와 근거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2️⃣ V-Dem과 같은 민주주의 지표는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정치 체제의 세부 분야를 평가함으로써 체제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게 하고, 국가 간 비교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 당신들은 내가 제시하는 지표들이 ‘좌편향되었다’라든가 ‘신뢰할 수 없다’와 같은 근거도 제시 못할 주장들을 ‘주장’이랍시고 내놓습니다만, 내 반론은 “그렇다면 체제를 평가할 수 있는 대안적 지표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V-Dem이나 여타 다른 지표들을 무시하겠다면 기존의 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근거들이 필요합니다.
➡️ V-Dem이 지표로 삼고 있는 내용은 그간의 비교정치 연구를 통해 축적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특성들, ‘바람직한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논쟁들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성과들에 기반하여 구성된 지표들입니다. 예를 들어 V-Dem에서 정치 체제를 평가하는 변수는 Regime of the World를 기반으로 하는 v2x_regime입니다. 이 변수는 2개로 구성됩니다. 위에서 말한 체제 구분에서 회색지대를 제외한 4가지로 구분하는 v2x_regime 변수와, 체제 수준별로 상·하한선을 둠으로써 좀 더 세부적으로 측정하는 v2x_regime_amb 변수입니다. 이 변수는 여러 하부 지표들의 합산으로 이뤄집니다(Lührmann & Tannenberg, 2017).
➡️ 이 측정에서 한국은 기존까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분류되었으나, 2025년 발표된 데이터에서는 여러 지수들의 합산 결과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로 강등되었습니다. 여기엔 윤석열의 계엄령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고, 이에 대해서도 V-Dem의 연구원 파비오 안조릴로 역시 인터뷰를 남겼습니다(기사 참조 : h21.hani.co.kr/arti/politics…). V-Dem 데이터는 연말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다음 해 초에 데이터셋을 발표하므로, 특정 년도에 대한 평가는 그 년도에 집권 중인 정부에 대한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 문제에 관한 한 당신들의 반론 전략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여야 합니다: ①만약 당신들의 비판의 핵심이 ‘지표가 좌편향되었다’라는 것이라면, 당신들이 주장하는 ‘우익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민주주의 지표’를 들고 오면 됩니다. ②그게 아니라 ‘지표 평가의 적절성 및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면, 해당 지표의 측정 방식을 반증할 수 있는 다른 사례의 연구 결과를 가져오면 됩니다.
➡️ 밑도 끝도 없이 ‘지표를 믿을 수 없다’라고만 하면서 그저 ‘자유민주주의야!’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이 자기들을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평가를 위한 명확하고 분명한 기준도 없고 이론적 근거도 없는 상태로 그저 ‘자유민주주의’라고 선언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된다면, 북한도 민주주의이고 중국도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건 당신의 인식 능력 안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하겠습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3️⃣ 나는 당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궁금하고, 대체 무엇을 근거로 ‘자유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내가 반론을 제시했던 Rina 씨는 ‘국제지표에서 감점 당하는 보수의 가치들’이라면서 7개의 예시를 들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가 후퇴되었다고 평가되는 국가들의 공통점이 “좌파 질서에 순응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V-Dem과 같은 지표 평가가 편향되었다고 말합니다. 단 하나도 ‘민주주의’를 반영하지 않는 주장이라 좀 웃음이 나긴 했습니다만, 이 역시 뜯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 나는 Rina 씨의 주장이야말로 당신들 무리가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명백하게 ‘반민주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V-Dem에 대한 이해조차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코드북 목차 한번이라도 봤으면 못할 소리들인데,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① 국경 통제와 이민 제한 → ‘국경 통제와 이민 제한’ 그 자체만으로 민주주의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V-Dem 변수 중에도 ‘국경 통제’ 그 자체를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측정하는 변수는 없습니다. 국경을 열고 닫는 것은 국가의 자율 영역이지 민주주의의 영역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V-Dem의 하부 지표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15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선거, 정당, 직접민주주의, 행정부, 체제, 입법부, 숙의, 사법부, 시민 자유, 주권/국가, 시민사회, 미디어, 정치적 평등, 배제, 시민/학술 공간. 이 변수들 중 ‘국경 통제와 이민 제한’으로 인해 감점 받는 변수가 있는지요.
② 국가 안보 우선, 정보 기관 강화 → ‘국가 안보를 우선’한다는 것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당연히 민주주의에 해롭습니다. 국가 안보를 우선하는 것도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안보’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고, 현대에는 여러 안보 개념이 존재합니다. 또, 안보를 강화하는 방법에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면 될 일입니다. 안보를 강화하는 게 민주주의 감점 요인이라고 주장하면서“편향됐다"라고 말하는 건 전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보를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은 안보를 핑계로 정치적 반대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닙니다.
③ 질서·치안 우선, 경찰력 강화 → 마찬가지로 질서와 치안을 우선하는 것이 시민의 자유를 해친다고 평가가 된다면 당연히 민주주의에 감점 요소입니다. ‘질서와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시민사회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사례는 꽤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평가할 일입니다. 경찰력 강화한다고 바로 민주주의 점수 깎는 사례는 없습니다.
④ 전통 가정·성 역할 중심 정책 → 전통 가정·성 역할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는 것이 왜 ‘민주주의’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전통적인 성 역할’ 중심 정책이라면 오히려 여성 차별적인 정책을 의미할텐데, 이게 도대체 ‘민주주의’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V-Dem에서 여성에 대해 측정하고 있는 항목은, 일반적 시민 자유 외에도 ‘정치적 평등(political equality)’ 항목과 ‘배제(exclusion)’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Rina 씨가 말하는 것이 대체 무엇을 측정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감점’이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젠더 다양성 부족”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깎는 것이 아닙니다.
⑤ 종교 중심 국가정체성 강조 → ‘국가정체성 강조’가 어떻게 ‘민주주의’와 연결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무엇으로 정의하는지도 불분명하고, ‘국가정체성’은 애초에 평가 항목조차 아닙니다. 정교 분리는 당연히 현대 민주주의 국가라면 해야 하는 당위적 항목입니다. 근대 정치란 정치를 신권의 영역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 ‘종교 중심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 어떻게 ‘민주주의’와 연결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ISIS나 탈레반도 민주주의인가요?
⑥ 가짜뉴스 대응 및 언론 정화 시도 → ‘가짜뉴스를 제어’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당연히 민주주의에 감점입니다. 구체적인 실천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가짜뉴스는 오늘날 대단히 심각한 폐해를 가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최소화시킬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Flynn & Nyhan, Reifler는 오정보(misinformation) 분야에서 여러 권위있는 연구들을 진행해온 학자들입니다. 이들은 오정보·오인지란 무엇인지, ‘가짜뉴스’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교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실험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도 연구와 논쟁이 활발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가짜뉴스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겠습니다. ‘언론 정화’라는 게 뭘 말하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이나 북한처럼 관변언론만 남겨둬야 한다고 말하는 거라면 당연히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언론 단일화’를 언급하셨던데, 언론 단일화되면 당연히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언론이 단일화된 민주주의 국가가 있나요?
⑦ 국민투표 확대·다수결 우선 → 대체 뭘 보고 ‘민주주의에 감점’이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포퓰리즘’은 여전히 논쟁적인 개념이고 V-Dem에서의 측정 대상도 아닙니다. V-Dem은 ‘포퓰리즘’을 계량화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포퓰리즘을 계량화한 지표는 Pippa Norris의 연구를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이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주장입니다.
➡️ 결론적으로, 이런 이해들은 대체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인지 모호할 뿐더러, 반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추상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구체적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한 채 추상의 영역으로 머무르면 현실의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뭔가요?
Ⅲ.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몇 가지 연구에 대한 소개
➡️ 앞서서 설명했듯이 V-Dem과 같은 지표들이 존재함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정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나 ‘독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몇 가지 연구들의 흐름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당신에게 영양가 있는 정보가 되길 바라고, 당신의 이해 역시 돕길 바랍니다. 당신이 무지할 순 있고 그게 죄가 되지도 않습니다만, 체계화된 지식 없이 ‘편향됐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건 그저 신뢰를 훼손하려는 악의적 프로파간다에 다름 아닙니다.
➡️ 당신들 무리의 가장 큰 문제는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면서 그것이 체제를 말하는 것인지 이념을 말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말해야 합니다: ① ‘제도로서 현실에서 실천되고 있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떤 조건과 제도가 갖춰졌을 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말하거나 ②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중 첫번째, ‘제도’로서 현실에서 실천되고 있는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고, 그것이 계량화된 지표로서 V-Dem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원론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민주주의는 간명하게 말하면 ‘인민의 지배(demokratia, Rule by the People)’로 정의됩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인민(demos)’과 ‘지배(kratia)’의 합성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민주주의의 정의(Rule-by-the people)는 그 자체로 꽤 어려운 질문들을 수반합니다. 하나씩 쪼개보면 이렇습니다: ① ‘인민(the people)’이란 누구인가? ‘인민’은 어떤 종류의 참여가 예상되는가? ② ‘~에 의한 지배(rule by)’라고 할 때 ‘인민의 지배’에 복종해야 하나? 복종의무가 있다면 어떤 것이고, 반대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것인가? ③ ‘지배(rule)’는 얼마나 넓게 혹은 좁게 해석되어야 하나? ‘지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법과 질서? 아니면 국가들의 관계, 가정 또는 사적 영역?(Held, 2006)
➡️ 현실의 민주주의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Held가 저술한 「민주주의의 모델들(Models of Democracy)」은 자유민주주의의 ‘모델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도 여러 민주주의 형태 중 하나라고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최소한 ‘자유민주주의’를 말하겠다면 ‘어떤 민주주의’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추상적 선언만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되는 게 아닙니다. 중국과 하이브리드전을 하고 있으니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 Held가 제시한 모델이 현실의 민주주의를 평가하기 위한 이상치를 설명했다면, 민주주의를 평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을 먼저 제시한 것은 Przeworski, Alvarez, Cheibub, Limongi가 저술한 「Democracy and Development: Political Institutions and Well-Being in the World, 1950–1990」(2000)를 들 수 있습니다. (편하게 PACL이라 부르겠습니다)
➡️ PACL이 정의하는 민주주의는 4가지 조건으로 구성됩니다: ①행정부 수반이 선출될 것 ②입법부가 선출될 것 ③1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할 것 ④야당으로의 정권 교체(alternation)가 반드시 일어날 것. PACL은 이 4가지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는 국가는 ‘민주주의’로,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권위주의’로 분류합니다(Przeworski et al., 2000).
➡️ PACL 외에도 현실의 정치체제를 평가하기 위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어 Coppedge et al. (2011)은 민주주의를 정의하고 측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합니다. (훗날 Coppedge의 논문은 V-Dem을 구축하는데 크게 공헌합니다.) 잠깐 언급했지만 Pippa Norris (2020)는 포퓰리즘을 계량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Lührmann et al. (2020)은 민주주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인 ‘정부의 제한’을 살펴보기 위해 기존에 제시된 수직적, 수평적 책임성에 더해 ‘대각적 책임성(diagonal accountability)’을 제시합니다.
➡️ 또, 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화(democratization)를 겪은 국가들 중 어떤 국가는 왜 다시 권위주의로 후퇴하고, 어떤 국가는 민주주의가 안정되는지에 대한 연구 역시 깊게 이뤄졌습니다. 새로이 민주화된 국가 중 어떤 국가를 두고 다시 권위주의로 퇴행하지 않을만큼 공고화된(consolidated)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분야의 대가는 단연코 Linz 입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5가지 영역을 제시합니다(Linz & Stepan, 1996). Przeworski (2000) 역시 이런 연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는 국가는 권위주의로 퇴행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대표적입니다. 민주화, 그리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조건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Haggard & Kaufman (2016)이 Annual Review에 기고한 논문에 잘 나와 있습니다.
➡️ 최근 정치학의 논의 중 뜨거운 감자는 바로 민주주의 퇴행(democratic backsliding)에 대한 것인데,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읽었다는 Levitzky & Ziblatt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2018)는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것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점들을 제시합니다. Bermeo (2016)는 ‘민주주의 퇴행’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각기 흩어져 있는 backsliding에 대한 측정을 통합하는 시각을 제시하는 논문도 나왔습니다(Jee et al., 2022). 이런 논의들이 활발한 것은, ‘민주주의’를 말하기 위한 정치학자들의 노력이 추상적 사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논의를 ‘사변적’이라고 비난하려면 그에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할텐데, 아무도 왜 ‘사변적’인지는 말하지 않더군요.
➡️ 위에서 Rina 씨는 V-Dem과 같은 민주주의 지수를 폄훼하면서 폴란드, 헝가리 등의 사례를 들며 “좌파 질서에 순응하지 않았”으므로 ‘정치적 메시지’라고 말하는데, democratic backsliding이라는 연구가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면 그런 말은 못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터키의 에르도안, 심지어 미국의 트럼프는 오늘날 backsliding의 주요한 사례로 거론됩니다. “좌파질서에 순응하지 않았"기에 민주주의 점수가 감점된거면 전세계 모든 정치학자들은 좌편향 빨갱이가 되겠군요. 그게 얼마나 무리하고 설득력 없는 말인지는 당신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IV. 결언
당신이 이 글을 모두 읽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혹 여기까지 다 읽었다면 참 고생하셨습니다. 당신의 세계가 얼마나 편협한지는 알 바는 아닙니다만, 당신이 ‘V-Dem 코인’ 운운하면서 과학적 대화가 아닌 폄훼를 시도했다는 점은 상당히 유감입니다. 그런 태도는 당신의 신뢰를 까먹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무능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온라인상에서 싸운다지만 당신이 쓰는 글은 당신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읽을텐데요. 뭔가 대단한 한방을 먹였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다음에는 스스로 우스워지는 길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길 바랍니다.
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은 참고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깁니다.
Ⅴ. 참고문헌
Bermeo, N. (2016). On democratic backsliding. Journal of Democracy, 27(1), Article 1. doi.org/10.1353/jod.2016.001…
Bormann, N.-C., & Golder, M. (2022). Democratic Electoral Systems around the world, 1946–2020. Electoral Studies, 78, 102487. doi.org/10.1016/j.electstud.…
Coppedge, M., Gerring, J., Altman, D., Bernhard, M., Fish, S., Hicken, A., Kroenig, M., Lindberg, S. I., McMann, K., Paxton, P., Semetko, H. A., Skaaning, S.-E., Staton, J., & Teorell, J. (2011). Conceptualizing and Measuring Democracy: A New Approach. Perspectives on Politics, 9(2), Article 2. doi.org/10.1017/S15375927110…
Haggard, S., & Kaufman, R. R. (2016). Democratization during the Third Wave.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19, 125–144. doi.org/10.1146/annurev-poli…
Held, D. (2006). Models of democracy (3rd ed). Stanford University Press.
Jee, H., Lueders, H., & Myrick, R. (2022). Towards a unified approach to research on democratic backsliding. Democratization, 29(4), Article 4. doi.org/10.1080/13510347.202…
Lührmann, A., & Tannenberg, M. (2017). Regimes in the World (RIW): A Robust Regime Type Measure Based on V-Dem. SSRN Electronic Journal. doi.org/10.2139/ssrn.2971869
Lührmann, A., Marquardt, K. L., & Mechkova, V. (2020). Constraining Governments: New Indices of Vertical, Horizontal, and Diagonal Accountability.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14(3), 811–820. doi.org/10.1017/S00030554200…
Norris, P. (2020). Measuring populism worldwide. Party Politics, 26(6), 697–717. doi.org/10.1177/135406882092…
Przeworski, A., Alvarez, M. E., Cheibub, J. A., & Limongi, F. (2000). Democracy and Development: Political Institutions and Well-Being in the World, 1950–1990 (1st edi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Ziblatt, D., & Levitsky, S. (2018). How Democracies Die: What History Reveals About Our Future. Crown. archive.org/details/HowDem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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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잘 읽었습니다. 답변 안할 것 같았는데 의외입니다. 나 역시 당신의 답변에 화답하여 성실하게 재반론해보겠습니다. ‘학생’이라는 표현보다, 여기에선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지칭하겠습니다.
먼저, 간단한 잡감을 말하자면 여전히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멋대로 섞어놓고, 문제 진단을 하며 계엄령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능키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솔루션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말입니다).
이번 글도 조금 길게 답문하겠습니다.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주장을 분해하고 하나하나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Ⅰ. 당신 주장의 요약
먼저 당신 글의 구조와 주장을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이 쓴 글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하고 헌법적인 조치였다”라는 큰 주장을 바탕으로 여러 근거를 제시하는 구조인데, 편의상 두 부분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차례대로 서술하겠습니다.
첫째, “윤석열이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할 만큼 중대하고 급박한 상황이었다”라는 당신 주장의 전제를 정당화하는 부분입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당신이 제시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① 입법부가 “탄핵안을 줄줄이 발의”했고, “국무위원 전원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행정부를 마비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비상상황이다)
② 예산안을 삭감한 것은 치안과 국방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조치들이다. 옥계항에서 2톤 가량의 마약이 발견된 것은 국가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③ 협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는가? 거대 야당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④ 민주주의는 권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입법부가 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계엄선포를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다음으로 둘째, 내가 제시한 반론에 대해 당신이 계엄령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개별적으로 반론한 부분입니다. 앞부분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편의상 ‘두번째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서 당신이 제시한 개별적으로 제시한 반론과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윤석열의 계엄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계엄 선포와 관련된 담화문 등 여러 발언에서 지속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② 계엄포고령 1호는 경고의 의미가 강했고, 정치활동을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정치적 의심과 사실의 단순화를 전제로 한다.”
③ 윤석열은 계엄 해제 의결 직후 해제를 단행했다. ‘2차 계엄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라는 건 억측이다.
④ 국무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논란 역시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책임있게 조치했다.
⑤ 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현실적 보안 위협을 감안한 대응이므로 정당하며,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사와 점검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정신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주어야 한다.
⑥ 윤석열의이 “부정선거 해소를 위해, 이후에는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계엄을 단행했다”는 두 설명은 서로 충돌되는 개념이 아니다.
⑦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전이 교묘하고 복합적인 위협이므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내부와 외부를 향한 단호한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반국가 세력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엄령은 “’조용한 내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통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실질적인 국가 안보와 기능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었다.
⑧ 민주당은 간첩 지령문과 유사한 정치적 움직임을 보여왔고, 간첩 처벌을 강화하려는 법개정안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런 선동에 기반한 정치를 끝낼 때”이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당신의 이런 주장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거나, 문제 진단과 솔루션이 완전히 잘못된 경우들이 태반입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당신의 주장에서 인용될 만한 것은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당신의 주장에 대한 나의 재반론입니다. 위에서 분해한 당신 주장들을 하나하나 반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부는 짧고, 일부는 길게 답변할 것입니다.
Ⅱ. 당신의 주장에 대한 재반론: Part 1
여기서는 우선 분해한 당신 주장 중 첫번째 부분에 대해 반론하겠습니다.
1️⃣ ‘① 입법부가 “탄핵안을 줄줄이 발의”했고, “국무위원 전원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행정부를 마비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비상상황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 당신은 첫 주장부터 ‘비상상황’에 대한 정의를 멋대로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분명하게 탄핵안의 발의가 “기존 경찰력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고 군대를 투입해야 할 만큼 심각한 소요사태 또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경찰력이 무너지고 치안을 유지할 수 없으며 군대를 동원해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야만’ 통제가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 당신이 ‘비상상황’이라는 근거로 제시한 ‘탄핵안 발의’와 ‘행정부 마비 시도’ 역시 딱히 설득력 있는 근거가 아닙니다. 당신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무시한 채 주장을 하는데, 실제 사실관계를 따져봅시다.
➡️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21대부터 현재 22대 국회까지, 25년 3월을 기준으로 국회 차원의 탄핵안 발의는 총 31건입니다. 이 중 2건은 문재인 정부 시기 벌어진 일이며, 이를 제외하고 윤석열 정부만 계산한다면 29번의 탄핵안 발의가 있었습니다. 이 중 국회가 주도하여 ‘원안 가결’한 것은 13건이고, 그 중 12.3 ‘비상계엄 이후 발의’한 것이 4건, ‘비상계엄 이전 발의하고 비상계엄 발생 이후 의결’한 것이 4건입니다. 당신이 말한대로 탄핵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의도였다면 탄핵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러나 비상계엄 이전 ‘의결’되어 실제로 효력이 발휘된 탄핵안 중 실질적으로 정부 각료라고 할 만한 인물은 행안부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이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검사에 대한 탄핵입니다. 행안부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날리면 ‘국정이 마비’되는 모양입니다.
➡️ 이런 구체적인 상황 외에도, 정부 각료가 날아갔다고 해서 곧장 정부 부처의 업무가 곧바로 마비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대 관료제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차관급과 실무진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근대 국가가 이렇게 거대한 국가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관료제의 힘입니다. 장관은 새로 인선할 수 있고, 탄핵이 부당하다는 여론전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행정부를 마비시키려 했다’라는 ‘의도’를 근거로 ‘비상상황’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 계엄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대를 동원해 통제를 극대화하는” 통치행위입니다. 행정부가 입법부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 곧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당신은 계엄령의 본질적 속성은 뭉개버린 채 허술한 논리로 정당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당신이 말하는 “비상상황”은 대단히 자의적이며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주장입니다. 말 같은 소리를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2️⃣ ‘② 예산안을 삭감한 것은 치안과 국방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조치들이다. 옥계항에서 2톤 가량의 마약이 발견된 것은 국가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는 주장에 대해
➡️ 이 역시 대단히 위험하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입니다. 당신은 진단과 솔루션을 완전히 혼동하고, 심지어 아주 위험한 솔루션을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미래에 닥칠 국가 안보와 치안의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지금도 위기 상황은 현존하는 것이므로 ‘미래에 닥칠 국가 안보와 치안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국무회의 절차를 밟고 계엄을 선포해야 합니다. 당신이 말한 ‘국가 위기 상황’이란 것은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 당신은 ‘국가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계엄령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계엄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대를 투입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신이 말한 마약 사건, 국방 기능의 위기가 계엄령을 통해 무슨 절차로 해결되는겁니까? 당신은 ‘대통령이 국가위기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다’라며 정당화하고 있는데, 계엄령을 통한 ‘조치’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요? 당신의 주장 전체적으로 계속 ‘비상한 조치’를 언급하는데 그 ‘비상한 조치’가 대체 무엇입니까? 모호한 당신의 용어 사용과 당신의 논리 구조로 비춰보건대 나는 당신 머리 속에 있는 ‘비상한 조치’란 계엄 이후 군대를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심지어는 사살하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③ 협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는가? 거대 야당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라는 주장에 대해
➡️ 마찬가지로 솔루션이 완전히 잘못됐습니다. 여소야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체로 흔한 상황입니다. 만약 윤석열이 협치를 고민했다면 야당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겠지요. 야당과 행정부가 서로 견제구를 주고받으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보통 ‘교착상태’라고 부릅니다.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덕목으로 권장되는 건 보통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의회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겁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의회입니다. 윤석열이 야당이 아무리 밉고 치사하고 반국가세력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당장에 내어줘야 할 것이 있다면 내어주고 협상을 시도했어야 합니다.
➡️ 협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정치적 거래입니다. 매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양새만 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더럽고 치사한 거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모든 거래나 협상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협상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진행할 일입니다. 어쨌든 현대의 민주주의는 ‘총칼없이’ 말과 종이짱돌(paper stone)로 싸우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국회로 군대를 밀어넣었습니다.
4️⃣ ‘④ 민주주의는 권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입법부가 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계엄선포를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라는 주장에 대해
➡️ 이 부분은 문제 진단과 솔루션 둘 다 완전히 틀렸습니다. 권력의 균형, 즉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느 한쪽이 과도한 권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제도적으로 독재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당신 눈에는 야당이 다수당이니 마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겠습니다만, 당신 말마따나 민주당이 ‘탄핵안을 줄줄이 발의’한 것처럼 윤석열도 ‘줄줄이 거부권’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거부권에 막힌 법안들은 재의결조차 거치지 못했지요. 180석 가지고도 원하는 법안 하나도 거부권에 막혀 통과시키지 못하는 ‘거대 야당’이라니, 참으로 “입법 독주”로군요.
➡️ 당신은 “권력 간 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는데, “권력 간 균형이 무너졌다”라는 주장 또한 매우 모호합니다. 뭐가 무너졌나요? 제도적으로 특정 헌법기구에 ‘과도한 권한’이 쏠려 있나요? 아니면, 특정 기구만이 권한을 남용하고 다른 기구는 권한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나요? 주장을 할 때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주장을 모호하게 뭉개면서 “계엄령은 정당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 또 반복합니다만, 계엄령은 여기에 그 어떤 솔루션이 될 수 없습니다. 계엄령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권한을 초집중시키면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조치입니다. 계엄령을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국회 뿐입니다. 사법부조차 계엄령 하에서는 힘을 쓸 수 없습니다. 대체 당신은 무엇을 근거로 “권력 간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했는지, 그리고 계엄령이 어떻게 그에 대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당신은 계속 ‘비상한 조치’라고만 언급하는데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Ⅲ. 당신의 주장에 대한 재반론: Part 2
이 부분은 당신의 글에서 두번째 부분, 개별적 반론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1️⃣ “① 윤석열의 계엄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계엄 선포와 관련된 담화문 등 여러 발언에서 지속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주장에 대해
➡️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당신은 앞에서 ‘국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로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했는데 ‘비상한 조치’의 내용이 ‘경고’를 의미하는건가요? ‘경고’로 ‘국가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나요? 당신은 지금 앞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 여러 위협 요인들을 열거해놓고 지금에 와서는 ‘경고’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경고’가 목적이었다면 대국민 담화나 여론전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굳이 ‘군대를 국회에 풀면서까지’ 내려던 ‘비상한 조치’라는 게 단순히 ‘경고’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 윤석열의 계엄 선포문은 “반국가세력을 척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명백하게, ‘반국가세력’은 의회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로 군대까지 투입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액션들은 윤석열이 국회를 무력화하고 야당을 제거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후 밝힌 담화문은 윤석열의 일련의 행동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2️⃣ “② 계엄포고령 1호는 경고의 의미가 강했고, 정치활동을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정치적 의심과 사실의 단순화를 전제로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 뭘 자꾸 정치적 의심 운운하면서 윤석열의 의도를 자애로운 어버이인 양 묘사하세요. 포고령 1호는 실제로 존재했고, 포고되었습니다. 포고된 시점에서 ‘진정한 의도’ 따윈 어설픈 변명입니다. 군대가 실질적으로 국회를 점령하지 못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는 데 실패한 것은 12월 3일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민주당 및 야당의 신속한 단결력, (일각의 해석에 따르면) 계엄군의 ‘의도적 태업’으로 이뤄낸 것이지, 윤석열이 자애롭고 자비로운 어버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대통령의 말과 언어를 어설픈 말장난으로 무마해보려고 하시는 듯 한데, 윤석열은 실제로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내렸고, 이후 국회로 군대를 투입했습니다. 윤석열의 진짜 ‘자애로운’ 속마음이 어떤건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일련의 행위의 연속은 명백히 ‘국회 무력화 시도’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3️⃣ “③ 윤석열은 계엄 해제 의결 직후 해제를 단행했다. ‘2차 계엄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라는 건 억측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 사실관계의 오도입니다. 계엄 해제 ‘직후’가 아니라 ‘몇 시간 뒤’ 해제가 이뤄졌으며, 윤석열이 2차 계엄을 시도했다는 의혹 역시 그가 합참 사령부에 갔었다는 증거물(CCTV)이 나온 상황인데다 “2차 계엄”을 시사하는 증언들 역시 다수 존재합니다. 국회의 해제 의결 ‘직후’ 해제를 단행했다고 표현하는 건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주장입니다. 자꾸 윤석열을 무슨 ‘자애로운 어버이’처럼 묘사하시는데 난 당신의 신앙 간증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글 곳곳에서 그런 말이 자꾸 보이는군요.
4️⃣ “④ 국무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논란 역시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책임있게 조치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 국무회의 개최에 대한 건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인정된 사실이 있으므로 굳이 내가 반론할 영역은 아닌 듯 합니다. 다음은 헌재 판결문 일부 인용입니다: (i) “그러나 모든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할 권한과 책임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헌법 제87조 제2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환경부장관 김완섭,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는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 을 받지 못한 점, 연락을 받은 국무위원들도 국무회의를 개최한다는 연락이 아니라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한 것만으로 적법한 국무회의 소집 통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ii)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참석자들 사이에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5️⃣ “⑤ 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현실적 보안 위협을 감안한 대응이므로 정당하며,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사와 점검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정신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주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 선관위의 신뢰도를 개선하고 투명한 절차를 강조하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주장입니다. 그러나 그 의혹 해소의 수단이 위헌적으로 군을 투입해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당신의 주장인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주어야 한다’라는 주장은 선관위라는 기관이 가지고 있는 ‘조직 운영’ 차원의 문제와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은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둘은 문제 진단에서 애초에 다른 영역이고, 솔루션 또한 다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솔루션이 계엄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선관위의 신뢰와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계엄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은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 주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선관위에 위헌적 군 투입을 정당화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6️⃣ “⑥ 윤석열의이 “부정선거 해소를 위해, 이후에는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계엄을 단행했다”는 두 설명은 서로 충돌되는 개념이 아니다.
➡️ 매우 충돌합니다. 당신의 주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였다는 점인데, 당신의 ‘비상한 조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둘이 양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경고만을 위한 것이라면 실질적인 액션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실제로 군을 움직였고, 위헌적으로 헌법기관을 군대로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반대로 ‘부정선거 의혹 등 해소’ 등 실질적인 액션, 즉 당신이 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상한 조치(실질적 액션)’가 목적이라면 ‘경고’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체 뭐가 충돌하지 않는다는건가요?
7️⃣ “⑦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전이 교묘하고 복합적인 위협이므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내부와 외부를 향한 단호한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반국가 세력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엄령은 “’조용한 내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통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실질적인 국가 안보와 기능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었다.”라는 주장에 대해
➡️ 말했듯이 당신이 지칭하는 ‘하이브리드전’은 그저 외부 위협이 있으니 권력을 지키는 게 정당하다는 반민주적 논리에 다름 아닙니다. 당신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①외부의 적이 존재하고 ②여소야대 상황에 처한 국가 지도자는 ‘교묘하고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조용한 내전’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러한 주장이 내포하는 바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의도적으로 숨기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의 주장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비상사태’를 이유로 야당의 정권 견제를 군대로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국가는 ‘민주주의’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 하이브리드전의 교묘함과 복잡성을 자꾸 예시로 드는데,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은 불행히도 당신의 비대한 애국심(?)을 채워주는 용도가 아닙니다. 현대 전장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설계하고 구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신처럼 ‘조용한 내전’ 운운하면서 비상계엄 때리고 ‘내부의 적에게 경고’를 보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 사소한 곁가지입니다만, 당신은 “내부와 외부를 향한 단호한 경고”가 “실질적인 국가안보”를 지키는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웃겠습니다.
8️⃣ “⑧ 민주당은 간첩 지령문과 유사한 정치적 움직임을 보여왔고, 간첩 처벌을 강화하려는 법개정안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런 선동에 기반한 정치를 끝낼 때”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 이 부분은 자못 섬찟하기까지 한 부분이라 짧게 답합니다. 당신의 이러한 주장이 내포하는 것은 민주당을 간첩으로 규정하는 주장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신이 민주당을 미워하는 건 내가 알 바는 아닙니다만, 내가 섬찟한 부분은 당신이 ‘선동에 기반한 정치를 끝낼 때’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당신의 속내가 비상계엄을 통해 야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정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파시스트나 유겐트라고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 사실관계도 틀렸습니다. 당신은 민주당이 ‘간첩죄를 반대한다’라고 주장하며 마치 민주당이 간첩들과 한몸이라는 듯 선동적 표현을 사용했으나, 애초에 간첩죄와 관련된 팩트체크를 살펴보면 법원에서 먼저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나옵니다. 법무부와 법원이 지속적으로 세부 내용을 두고 기존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 정보의 종류의 적절성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두고 입장 차이를 두는 것이 계류의 원인입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단지 ‘법개정안조차 반대한다’라는 말 하나로 퉁치려는 건 성실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Ⅳ. 결언
당신의 장문의 반론을 보고 솔직히 감명 깊었습니다만, 단 한 개도 건질 인용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당신의 정치적 견해를, 미안하지만 내 입장에선 ‘다름’으로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주장은 명백히 민주주의에 대단히 위험하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윤석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나 신앙은 제가 알 이유가 없는 일임에도, 당신은 주장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모호하게 규정하며, 솔루션으로 제시하는 것이 ‘계엄령’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데에는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밥먹고 씻고 뭐하고 하니 시간이 벌써 늦었네요. 이 재반론글이 당신에게 유의미하길 바랍니다.
이 글 역시 노션에 수록했습니다. 트윗이 읽기 불편하다면 노션으로 읽길 바랍니다.(링크: memorandum-dissent.notio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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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지극정성어린 헛소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길게 답문을 하겠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학생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좀 더 아량을 베풀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학생의 주장을 여러 개로 쪼개놓고 개별적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1️⃣ “윤석열의 조치는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합법적이고 제한된 통치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 첫 주장부터 사실관계가 틀렸습니다. 계엄령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나 우리 헌법은 계엄령의 행사를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발동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제한된 상황’이란 전시,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비상상황을 의미합니다. 당신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무분별한 탄핵’, ‘예산 삭감’은 이러한 비상상황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예산 삭감이나 무분별한 탄핵으로 인해 기존 경찰력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었고, 군대를 투입해야 할 소요사태 또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당장 군대로 시민들을 통제해야 할 만큼 전쟁이 임박한 상황도 아니고, 열전이 치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첫 주장부터 사실을 호도해버리면, 나는 당신이 지적 근거를 갖추고 토론에 임하려는 것이 아니라 악의를 가지고 선동하려는 악질적 유겐트라고 불러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 게다가 윤석열의 계엄령 행사는 지극히 월권적인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포고령 1호에는 계엄권에서 규정하고 있지도 않은 행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회를 포함한 정치활동을 금지시킨 게 대표적입니다. 계엄권 어디에도 계엄령을 통해 대통령이 국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문구는 명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계엄포고령 1호는 명백한 월권과 위법의 증거입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면,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통제권을 행사해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건 당신이 비상사태를 이유로 대통령이 법의 통제를 벗어나 신권처럼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주장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며, 윤석열의 위법한 행위와 의도는 그가 국회로 실제로 군대를 보냄으로써 증명되었고 목격되었습니다. 또한 절차상 흠결 역시 다수입니다. 윤석열은 국무회의 심의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계엄 선포 절차 또한 국무위원의 ‘부서’ 없이 강행되었다는 점, 국회에 대한 통고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체 어디에 뭐가 ‘합법적’이라는건가요?
2️⃣ ‘국가 전체가 하이브리드전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된 상황이므로 계엄령은 정당하다’라는 주장에 대해
▶️ 당신이 ‘하이브리드전’ 운운하며 근거로 제시한 선관위 해킹이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계엄령’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지적해야겠습니다. 당신은 계엄령의 본질적 속성과 효과조차 모른 채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 같군요. 계엄령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치안력으로 질서 유지가 어려울만큼 비상한 상황에서 군대를 동원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통제를 극대화하는 통치행위입니다. 당신 눈에는 선관위의 보안사항을 강화하거나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보안 체계 강화를 주문하는 것보다 계엄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게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나봅니다. 대체 어떤 프로세스로 ‘계엄령’을 통해 당신이 제시한 ‘하이브리드전’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건가요? 안보 위협은 안보 관련 투자를 늘리고 군대의 전투력을 증진하면서 현대의 전장상황에 맞는 체계를 구축하면서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는데, 혹시 당신이 보는 안보위협의 해소방안은 계엄령으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싸그리 잡아들이고 (윤석열이 규정한) 반국가세력을 전부 처단하면 해결되는 문제인가요? 대체 계엄령으로 당신이 주장하는 ‘하이브리드전’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건가요?
▶️ 두번째로, ‘계엄령이 실제로 빠르게 해제되었다’라는 주장도 왜곡된 주장입니다. 헌법에 계엄령은 ‘지체없이’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문화되어 있으나 윤석열은 ‘지체없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게도 몇 시간이나 지나서야 해제했습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 바로 해제한 게 아닙니다. 심지어 그 ‘몇 시간’이라는 시간 텀 사이에는 2차 계엄을 계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있습니다. 뭘 윤석열이 마치 자비롭고 자애로운 어버이인 양 묘사를 하세요. 당신의 신앙 간증은 관심 없습니다만 글 곳곳에 당신의 신앙 간증이 보여서 짜증날 지경입니다.
3️⃣ ‘선관위를 군대로 점검하려 한 시도는 정당한 책무였다’라는 주장에 대해
▶️ 이 역시 학생이 사실을 완전히 호도하고 있는 주장입니다. 헌재 판결문에 명확하게 명시되었듯이,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하였다 하더라도 선관위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습니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구입니다. 선관위가 ‘독립적 기구’라는 의미는 선관위에 어떤 식으로든 권력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라도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헌재 판결문을 인용합니다: ①“선거관리사무는 그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이 위와 같이 해당 사무의 주체를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규정하면서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체계를 택한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② “그런데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중앙선관위 청사에 무단으로 들어가 선거관리에 사용되는 전산시스템을 압수․수색하도록 하였다. 이는 선관위의 선거관리사무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선거가 지니는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 이러한 결정에 비추어볼 때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책임 회피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당신의 주장은 헌법을 부정하겠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선관위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일견 수긍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관 신뢰도를 조사하는 지표에서 선관위 신뢰도가 제법 떨어진 것으로 나오니까요.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한국리서치는 한 해 2번, 상반기 하반기에 나누어 헌법기관의 신뢰도를 조사하는데, 2025년 상반기 헌법 기관 신뢰도에서 선관위는 헌재, 국군에 이어 3번째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높기는 합니다만, 대체로 헌법기관의 역할수행 평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로 다수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겠지요. (사진 첨부)
▶️ 또 하나, 현재 전 세계 민주주의를 측정하는 가장 권위있는 지표인 V-Dem (민주주의다양성)에서도 하위 세부지표 중 각 국가의 선거관리기구(EMB, Electoral Management Body)의 역량을 평가하는 지수가 있습니다. 이 지표는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선거관리기구의 역량(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능력)과 선거관리기구의 자율성(정부로부터 부당한 개입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으로 나뉩니다. (정확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Does the Election Management Body (EMB) have autonomy from government to apply election laws and administrative rules impartially in national elections?”)
▶️ 위 두 가지 지표에서 한국은 비교군으로 선정한 미국, 영국, 일본, 대만에 비해서도 상당히 역량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오히려 선관위의 자율성의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지표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구체적인 세부 케이스까진 데이터가 제공하지 않고 있으므로 추측의 영역입니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선관위에 영향을 끼치려 했던 사건들이 몇몇 떠오르긴 하네요.
4️⃣ “국회 출입 제한을 근거로 쿠데타 운운하는데 이는 사실 왜곡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 어처구니 없는 주장입니다. 국회 출입 제한 ‘뿐만 아니라’ 국회로 군대를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쿠데타라는 평가의 근거입니다. 군대는 국회를 침탈할 수 없고 침탈해서도 안되는 조직입니다.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국회로 투입할 수 있는 국가는 보통 ‘민주주의’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주장이 용인된다면 대통령은 야당에 밀렸을 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로 국회를 점령해버리면 됩니다. 투입된 군의 규모나 의도 따위는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군대를 왜 국회로 투입했느냐”라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당신은 본질적인 질문은 멋대로 가려둔 채 프레임을 전환하려고 시도하시는 모양입니다만, 어리석은 일이라는 충고만 드리겠습니다.
▶️ 당신이 “윤석열은 정당했다”라고 주장하고 싶으시다면 군대로 국회를 통제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사례를 가져오면 됩니다. 과학적 대화는 언제나 반증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나는 물론 학생이 과학적 대화를 할 의지나 역량은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서 학생이 어리다는 사실이야말로 딱히 면죄부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헛소리 했으면 욕을 처먹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서두에서 말했습니다만 나는 딱히 학생을 좀 더 너그럽게 봐줄 의향이 조금도 없습니다.
5️⃣ “민주당이 정치적 내란을 했다”, “헌재의 판결이 공정하지 못하다” 등의 여러 주장에 대해
▶️ 여기에 대해서는 그냥 묶어서 답변하겠습니다. 답변할 가치가 없는 주장들이 대부분이나, 짤막하게 언급해둘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i) “민주당이 정치적 내란을 시도했다”라는 주장: 탄핵안 의결 이후 헌재 재판 과정에서 ‘핵심 근거들을 철회했다’라는 부분은 이미 ‘문제 없음’으로 결론난 주장입니다. 헌법재판은 진행되었고, 판결문은 효력을 가졌습니다.
(ii) “헌재의 판결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라는 주장: 당신의 가치판단이니 따로 별론을 달진 않겠습니다만, 윤석열이 제출한 반대 증거나 자료야말로 ‘철저히 오염’되었다는 점은 쏙 빼놓으시는 건 대단히 유감입니다. 윤석열의 주장은 지속적으로 번복되고 뒤집어졌습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했다”라고 주장했다가 “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으로 바꾸는가 하면, “의원들을 끌어내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등 다수의 증언과 배치되는 위증을 지속적으로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헌법재판관들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도 다수 포석해있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신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먹힐지 모르겠군요.
(iii) “윤석열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극도로 절제된 범위 안에서 행사했을 뿐”이라는 주장: 위에서 이미 반론한 내용입니다. ‘극도로 절제된 범위’라는 당신의 주장은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려는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어리석음의 옛말이 ‘어리다’라고 하는데, 학생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은 학생이 헛소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업보로 받아들이시는 게 정신건강에 좀 더 이로울 것 같네요. 세번째 말하지만 나는 학생에게 딱히 관용하거나 어리다는 이유로 너그럽게 대우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나만 그런거라면 참 다행인데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6️⃣ “진정한 내란은 대통령의 판단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민주적 절차를 흔들려 했던 민주당을 비롯한 세력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소야대는 제법 흔한 상황이며, 이 경우 대통령은 협치의 정신이나 제도적 자제를 통해 협상력을 확보함으로써 야당과 협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게 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합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제도적 자제’가 필요한 영역, 규범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던 부분을 제멋대로 무너뜨리는 행위를 반복했고, 종국에는 계엄을 터뜨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완전히 뒤집으려고 했습니다. 학생의 속내는 윤석열이 군대로 민주당 의원을 전원 체포하고 사살했어도 “정당한 계엄”이 되는 모양인가 봅니다. 학생의 주장 곳곳에는 그런 극단적 주장들로 읽힐 수 밖에 없는 행간들이 보입니다. 유겐트라는 비난을 받아도 그러려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난 학생을 명백한 파시스트로 규정하겠습니다.
▶️ 윤석열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후퇴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보았던 V-Dem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에서 ‘선거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로 하향되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EIU 지표에서도 한국이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강등되었습니다. 언론 자유 지수는 심각하게 후퇴했으며, 권위주의를 추종하는 운동은 대폭 증가했습니다. 대체 무슨 자격과 낯짝으로 ‘민주적 절차’를 입에 담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데 대략 40분 걸렸습니다. 40분을 투자한 만큼 학생이 이 글을 성실하게 읽었길 바랍니다. 반론은 환영입니다.
이 글은 노션에 수록했으므로, 글이 너무 길다면 노션으로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링크: memorandum-dissent.notio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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